
(위 사진은 제가 2025년 11월 16일에 횡성 풍수원성당에 성지순례 와서 찍은 사진입니다.
풍수원성당 성전 건물 앞에 신자들이 많이 모여있었는데, 이 날 마침 원주교구 제3대 교구장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님이 풍수원성당에 사목방문을 오신 날이었습니다.)
신앙선조들의 피신처, 사제 성소의 요람, 강원도 첫 본당 ; 횡성 풍수원성당의 역사와 특징
대한민국에서 3 글자로 이루어진 지명 중에서 원(院)으로 끝나는 곳의 대부분(이태원, 조치원, 인덕원, 장호원, 신례원)은 역원(驛院)이 있던 곳입니다.
원(院)은 고려 / 조선 시대 관원들이 공적 업무로 다닐 때 숙식을 제공하던 곳이며 역(驛)은 말을 갈아타거나 쉬게 하던 곳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과 물자, 정보를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중요한 사안이었기에 조선은 역원제를 도입하여 대략 30리마다(1리는 약 0.4킬로미터) 역/원을 두어 한양을 중심으로 540여개의 역/원을 설치하였습니다.
그 중 하나인 풍수원(豊水院)은 물이 풍부한 곳에 있는 관청이라는 뜻입니다.

풍수원 산골짜기에 천주교 신자들이 찾아든 것은 1801년 신유박해부터입니다.
복자 신태보 베드로의 인도로 순교자들의 가족들과 신자들 40여명이 경기도 용인 일대에서 피신처를 찾아 이리저리 떠돌다가 풍수원 산골짜기에 정착하면서 최초의 교우촌이 조성됩니다.
교우촌은 공동체를 이루어 옹기를 굽고 화전을 일구어 생계를 꾸려갔습니다.
박해 때 (1938년 기해박해, 1846년 병오박해, 1866년 병인박해)마다 여러 지역에서 교우들이 숨어들어와서 점차 큰 교우촌으로 성장해나갑니다.
성직자도 없이 신자들끼리 똘똘 뭉쳐 80여 년 동안 신앙을 지켜온 이 보금자리에 드디어 한불수호통상조약으로 신앙의 자유라는 빛이 비추기 시작하였고 1888년에는 본당이 설정됩니다.
풍수원 교우촌은 당시 조선 교구장 뮈텔 주교에 의하여 강원도 최초의 본당이 되고, 초대 주임사제로 르 메르(Le Merre) 신부가 부임하여 신앙의 꽃을 만개해냅니다.

풍수원성당에 대하여 설명하자면 정규하 아우구스티노 신부님에 대하여 언급해야 합니다.
풍수원성당 2대 주임사제 정규하 아우구스티노 신부는 강성삼 라우렌시오 신부, 강도영 마르코 신부와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3번째 사제입니다.
(첫번째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두번째는 최양업 토마스 신부이지요.)
정규하 아우구스티노 신부는 풍수원성당에서 무려 47년을 사목하면서 학교를 세워 많은 인재를 양성하고 동정녀들의 공동체를 만들며 이들을 돕고, 고아와 가난한 이들을 돌보셨습니다.

그리고 정규하 신부의 주도로 서양식 성당 건물을 완성하였습니다.
풍수원성당은 처음에는 한옥성당이었습니다. 초가집 여러 채를 이어 성당으로 사용하였지만 안전과 내구성에 많이 취약했지요.
1907년부터 준비하여 1910년에 준공된 풍수원성당 현재 성전은, 명동대성당을 지을 때 참여한 중국인 벽돌공 외에는 순전히 본당 신자들의 손으로 지어졌습니다.
약현성당과 디자인이 비슷한데요, 정규하 신부는 1896년에 약현성당에서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 영향으로 약현성당을 롤모델로 하는 성당을 지은 것 같습니다.
풍수원성당은 대한민국에서 서울 약현 중림동성당, 완주 되재성당(한국전쟁 때 파괴되어 나중에 다시 지었습니다.), 서울 명동 주교좌성당에 이어서 4번째로 지어진 성당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세워진 최초의 성당, 한국인 사제가 지은 최초의 성당이라는 역사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2025년 11월 16일에 횡성 풍수원성당으로 성지 순례를 왔습니다.
좀더 일찍 왔으면 단풍이 더욱 아름다울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오고 싶었던 풍수원성당에 순례를 올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풍수원성당 왼편 언덕으로 나있는 십자가의 길이 있습니다.
여기 십자가의 14처는 판화가 이철수 화백이 제작한 작품입니다.

동산에는 대형 십자고상 아래 화강암 묵주알이 박혀 있습니다.

그곳에서 가던 길을 약간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성체현양동산이 있습니다.
해마다 개최되는 성체현양대회 때 성체 강복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강원도 첫번째 본당인 풍수원성당이 생겨난 후에는 춘천, 원주, 강릉, 인제 등 강원도 전역에서 신자들은 해마다 미사에 참례하려고 며칠씩 수십, 수백 리 길을 걸어왔습니다.
생명의 양식인 성체를 모시기 위하여 배고픔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찾아 왔습니다.
이렇게 열정 가득한 신자들의 믿음을 보고, 정규하 아우구스티노 신부는 1920년부터 해마다 성체거동과 강복으로 이어지는 성체현양대회를 거행하였습니다.
일제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성체현양대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3년 동안에는 잠시 중지되었습니다.)
원주, 춘천교구가 합동으로 거행하는 성체현양대회는 지금까지 100여 년간 이어져 왔고, 풍수원성당은 성체성지로서의 의미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성체현양동산에서 다시 성당 건물 쪽으로 내려가면 유물전시관이 있습니다.

거기서 더 내려가면 박물관(구 사제관) 건물이 나오고, 성모동산, 성체조배실이 있습니다.


성체조배실은 일종의 소성전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체조배실로 들어오자마자 뜻깊은 그림을 보았습니다.
저도 매우 좋아하는 작가, 심순화 카타리나 님의 "빛을 향하여"입니다.
신태보 베드로 복자께서 박해시대의 어둠 속에서 순교자 유가족들 40여명을 데리고 이리저리 피난처를 찾아 헤매이다가 8일만에 강원도 깊숙한 두메산골 풍수원으로 들어가시는 모습입니다.

유리화 그림도 마치 한지에 그림을 그려서 붙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참 예뻤습니다.


십자가의 길 작품에 우리 민족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표현하였습니다.
제가 이래서 심순화 카타리나 작가님의 작품세계를 매우 좋아합니다.
풍수원성당 성체조배실 안에서 순교하신 신앙선조들을 기억하면서 "순교자 성월 기도"를 드렸습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저는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를 하면서 해당 성지에서 반드시 순교자 성월 기도를 봉헌합니다.
일종의 저만의 루틴이지요. 순례확인도장'에만' 집착하는 것을 정말 싫어합니다.
하여튼 풍수원성당에 순례오시면 반드시 성체조배실도 방문하시는 것을 꼭 추천드립니다.

제대, 제단 사진을 보면 아실 겁니다. 오래된 깊은 역사를 간직한 성당이라는 것을.
성전 안에서 주모경을 바쳤습니다.

고해소 역시 깊은 역사가 느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많은 천주교인들이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고백하고 뉘우치고 영적으로 거듭나려고 했겠지요.
많은 분들이 많은 은총을 받으셨을 겁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풍수원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거나 고해성사를 못 받았지만 기도와 순례를 통해서 많은 은총을 받았습니다.
기뻤습니다.
**********
대중교통으로 풍수원성당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풍수원성당으로 가려면 횡성시외버스터미널 근처 "만세공원"정류장에서 60번 버스를 타고 가야 합니다.
그리고 도착할 때는 풍수원입구 정류장이 아니라 "풍수원" 정류장에서 내리세요.
'풍수원교'라는 작은 다리를 건너면 풍수원베이커리라는 베이커리카페(은근히 맛집이었습니다. 흐흐흐)가 나옵니다. 그곳에서 오른쪽을 보시면 풍수원성당이 바로 보입니다.
다시 돌아갈 때는 풍수원 정류장에서 61번 버스를 타면 됩니다.
군 단위 시골 버스의 특성상 배차 간격이 매우 깁니다. 그러니 미리 버스 시간을 확인 잘 하셔야 합니다.
저의 경우는 오전 8시 30분에 60번 버스를 타고 풍수원성당으로 왔고, 횡성읍으로 다시 돌아올 때에는 오전 11시 5분 경에 61번 버스를 타고 횡성읍으로 돌아왔습니다. 버스 소요시간은 실제로 40분 정도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 일정으로는 저는 주일미사를 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잠시 1시간 반 정도 순례할 여유는 있었습니다.
횡성은 KTX기차역도 있습니다.
그리고 풍수원성당 순례확인도장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위 사진에서 오른쪽은 원래 풍수원성당 순례확인도장입니다.
성당 사무실 바로 앞에서 찍을 수 있어요.
왼쪽은 원주교구 님의길 순례 도장입니다. 이 도장이 훨씬 더 멋지네요. ^^

성당 커다란 느티나무 근처에 님의길 설명 표지판이 있고, 위의 사진처럼 님의길 순례 도장 보관함이 보일 겁니다.
천주교 원주교구는 "님의 길"이라는 주제로 하는 여러 순례길이 있습니다.
풍수원성당에서 시작하는 길은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1-1구간 큰 첨례길이라고 해서 풍수원성당에서 창촌공소까지 10.5km 도보 순례하는 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3-1구간 정규하 신부 길입니다.
풍수원성당에서 오상골공소, 금대공소, 곤의골공소 등을 지나 영산성당까지 20.7km 도보 순례하는 길입니다.
원주교구 횡성 풍수원성당 기본정보, 미사 시간
(2025년 11월 19일 기준)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횡성군 서원면 경강로유현1길 30 (우편번호 ; 25200)
사무실 전화번호 ; 033-342-0035
주임신부 ; 김찬진 베드로 신부님
수녀회 ; 미리내 성모성심 수녀회
주보성인 ; 예수 성심
본당 설립일 ; 1888년 6월 20일
횡성 풍수원성당 미사 시간
주일 ; 11:00(교중미사)
월요일 ; 7:00
화요일 ; 11:00
수요일 ; 11:00
목요일 ; 11:00
금요일 ; 11:00
토요일 ; 11:00 / 19:00(특전미사)
창촌공소 미사시간 ; 1주 화요일 19:00, 매주 토요일 19:00
(미사 시간은 본당 사정에 따라 갑자기 변경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대축일 미사 또한 성당마다 매년 달라질 수 있으니 미사를 가기 전에 해당 성당 사무실에 전화 문의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 티스토리 블로그에 있는 성당, 천주교 성지와 관련된 모든 사진들은 저의 소중한 시간을 써서 제가 직접 가서 찍은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각종 인터넷 매체에 제가 찍은 사진을 불펌하거나 무단으로 올리는 것을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허락하지 않습니다.)
횡성 풍수원성당 역대 주임사제, 보좌 사제, 출신 사제
횡성 풍수원성당 역대 주임신부
초대 ; 르 메르 (이 루도비코) 신부님 (1888.6. ~
2대 ; 정규하 아우구스티노 신부님 (1896.8. ~
3대 ; 김학용 시몬 신부님 (1943.10. ~
4대 ; 신현봉 안토니오 신부님 (1963.4. ~
5대 ; 이응현 테오도로 신부님 (1963.7. ~
6대 ; 강대형 토마스 신부님 (1967.8. ~
7대 ; 딜레이니 도 리처드 신부님 (1969.5. ~
8대 ; 스캔런 장 레이몬드 신부님 (1973.5. ~
9대 ; 켈리 모 모티머 신부님 (1973.8. ~
10대 ; 조응환 타대오 신부님 (1976.4. ~
11대 ; 박용식 시몬 신부님 (1981.5. ~
12대 ; 김종태 안드레아 신부님 (1983.10. ~
13대 ; 김한기 시몬 신부님 (1984.5. ~
14대 ; 남궁민 루카 신부님 (1988.9. ~
15대 ; 김승숙 요한 신부님 (1991.4. ~
16대 ; 신동민 베드로 신부님 (1992.5. ~
17대 ; 김태원 요한 신부님 (1995.9. ~
18대 ; 김승오 아우구스티노 신부님 (2000.1. ~
19대 ; 배은하 타대오 신부님 (2016.7. ~
20대 ; 손용환 요셉 신부님 (2019.8. ~
21대 ; 김찬진 베드로 신부님 (2024.8. ~
횡성 풍수원성당 역대 보좌신부
김우룡 신부님 (1920)
양덕환 안드레아 신부님 (1924~?)
이광재 티모테오 신부님 (1936~1938)
김교명 베네딕토 신부님 (1938~1941)
김학용 시몬 신부님 (1942~1943)
백응복 스테파노 신부님 (1950~?)
이중현 사도요한 신부님 (1952~1954)
횡성 풍수원성당 출신 사제 (환속 사제 포함)
김윤근 요셉 신부님 (1909년 서품)
서병익 신부님, 김휘중 신부님 (1910년 서품)
박우철 신부님 (1917년 서품)
신성우 신부님 (1920년 서품)
박일규 신부님 (1924년 서품)
정원진 신부님 (1926년 서품)
이복영 신부님 (1930년 서품)
방영석 신부님 (1943년 서품)
최동오 아타나시오 신부님 (1947년 서품)
이종흥 그리산도 몬시뇰 (1950년 서품)
신현욱 신부님 (1952년 서품)
이경우 가브리엘 신부님 (1953년 서품)
방영구 신부님 (1960년 서품)
송순용 신부님 (1961년 서품)
김정식 신부님, 김수길 루도비코 신부님 (1966년 서품)
송성식 신부님 (1968년 서품)
최기식 베네딕토 신부님 (1971년 서품)
조규남 구니베르토 신부님, 방학길 말셀로 신부님 (1976년 서품)
박호영 베니딕토 신부님 (1978년 서품)
신교선 신부님 (1979년 서품)
김영진 바르나바 신부님 (1980년 서품)
송문식 베드로 신부님, 조학문 바오로 신부님 (1981년 서품)
신현만 시몬 신부님, 박순신 프란치스코하비에르 신부님, 조규정 알렉산델 신부님, 송병철 야고보 신부님 (1982년 서품)
박우성 신부님 (1984년 서품)
조규덕 신부님 (1986년 서품)
한상용 신부님 (1987년 서품)
손희송 베네딕토 신부님 (1986년 서품, 의정부교구 교구장 주교)
박영수 루카 신부님 (1992년 서품)
김태진 베네딕토 신부님 (1994년 서품)
박병옥 바오로 신부님 (2008년 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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