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해성사(告解聖事)의 의미
제가 천주교 신자가 되기 전에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천주교 관련 장면 중에서 제일 인상적인 것은 고해성사였습니다.
어린 시절 비신자였을 때 고해성사 장면이 무척 흥미롭게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천주교에서 고해성사는 과거에 저지른 죄를 성찰해서 알아내고, 알아낸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통회(痛悔)를 뜻합니다.), 다시 그런 죄를 짓지 않겠다는 결심(이것을 정개(定改)라고 합니다.)이 전제된 상태에서 죄를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에 힘입어 하느님께 죄를 용서받아야 진정한 고해성사가 될 수 있습니다.
(사제가 죄를 용서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2. 고해성사의 성경 근거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평화가 있기를 기원하셨고, 그들에게 성령을 내려주시며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며 중요한 권한을 주셨습니다. (요한복음 20장 23절입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선물’을 자신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에게 전해주었고, 주교들은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자신의 협조자인 사제들에게 위임합니다.
3. 고해성사를 보기 위한 성찰
고해성사를 보기 위하여 본인이 지은 죄를 성찰해야 합니다.
먼저 큰 틀에서는, 하느님과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사랑의 이중 계명'을 생각해야겠지요.
(사랑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다양하겠지만 생각할 사(思), 헤아릴 량(量)에서 유래되었다는 견해를 저 개인적으로는 참 좋아합니다.)
칠죄종, 십계명 그리고 그 밖에 지켜야 할 교회법을 주제로 성찰합니다.
칠죄종은 그 자체가 죄이며 모든 죄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 죄를 의미합니다.
그 일곱 가지 죄는 교만, 인색, 음욕(淫慾), 분노, 탐욕, 질투, 나태입니다.
그리고 십계명을 주제로 성찰합니다.
1 계명 ;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2 계명 ;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3 계명 ;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라.
4 계명 ;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5 계명 ; 사람을 죽이지 마라.
6 계명 ; 간음하지 마라.
7 계명 ; 도둑질을 하지 마라.
8 계명 ; 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
9 계명 ;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마라.
10 계명 ;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
그리고 아래의 성찰 목록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 아침기도, 저녁기도 등 일상기도 생활에 충실했는가?
2. 기도할 때에 일부러 다른 생각을 한 적은 없는가?
3. 기도할 시간을 찾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런 시간을 아까워하지는 않았는가?
4. 미신 행위(점, 사주팔자, 궁합, 철학관)를 하거나 믿은 적은 없는가?
5.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거나 맹세한 적은 없는가?
6. 일부러 미사에 빠지거나 늦게 오거나 마치기 전에 나간 적은 없는가?
7. 부모님이나 웃어른의 말씀을 거역한 일은 없는가? 말대답한 일은 없는가?
8. 식구들과 형제자매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는가?
9. 누구를 미워한 적은 없는가? 업신여긴 적은 없는가?
10. 화를 낸 적은 없는가? 또 욕설을 한 적은 없는가? 말다툼하거나 싸운 적은 없는가?
11. 다른 사람이 잘못되기를 바란 적은 없는가?
12. 고의로 유산시킨 적은 없는가?
13. 사람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죽이려고 마음먹었거나 행하지는 않았는가?
14. 자신의 몸을 일부러 상해하거나 자살하려고 하지는 않았는가?
15. 누구를 죄짓게 하지는 않았는가?
16. 몸의 순결을 거스르는 말을 했는가? 음란한 책과 그림을 보거나, 영상을 보거나 이야기하고 듣는 것을 좋아했는가?
17. 남의 것을 훔친 일은 없는가? 남의 물건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는 않는가?
18. 고의로 또는 부주의로 남의 재산에 피해를 끼친 것은 없는가?
19. 거짓말을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것은 없는가?
20. 이유 없이 남을 의심하거나 나쁘게 말할때는 없는가?
21. 정당한 이유없이 정한 날에 금육과 단식을 했는가?
22. 교회법이 명하는 성사(판공성사, 고해성사, 혼인성사)를 잘 받았는가?
23. 천주교 신자로 불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는 않았는가?
24. 자녀들의 잘못을 방관하지는 않았는가?
25. 생각 없이 함부로 약속했으며, 약속을 지킴에 허술하지 않았는가?
26. 말과 행동에 있어서 속임수나 교만을 드러내지 않았는가?
27. 남의 비참한 환경에 조금도 관심을 갖지 않고 당연한 결과라고 외면하지는 않았는가?
28. 무식한 사람이나 어려운 사람을 경멸하지는 않았는가?
29. 남에게 말할 기회를 주거나 남을 이해하려고 했는가?
30. 말과 행동으로 남에게 좋은 표양을 주었는가?
31. 노사관계에 있어서 정당한 대우를 해 주는가?
32. 연구하고 알아보지도 않고 교회의 가르침을 비난하지는 않았는가?
33. 자기에게 능력이 있으면서도 사회봉사 단체나 교회 단체에 봉사하기를 피하지 않았는가?
4. 고해성사 보는 순서
고해소에 가기 전에,
1. 먼저 고해자는, 지은 죄를 모두 알아내고
2. 진정으로 뉘우치며
3. 다시는 죄를 짓지 않기로 굳게 결심하고
4. "고백기도"와 "통회기도"를 바칩니다.
5. 자신이 지은 죄를 쪽지에 적거나 고해성사를 잘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립니다.
그리고 고해소에 들어갑니다.
성호를 그으면서 성호경을 소리 내어 바칩니다.
( ● ; 고해자가 하는 말, + ; 사제가 하는 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고해자)
그러면 고해 사제가 이렇게 권고할 것입니다.
+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굳게 믿으며 그동안 지은 죄를 뉘우치고 사실대로 고백하십시오.
이에 여러분은 ● 아멘. 하고 응답한 후,
● 고해한 지 (며칠, 몇 주일, 몇 달 등의 기간) 됩니다. 하고 말합니다.
이제 고해자는 본인이 지은 죄를 고백해야 합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구질구질한 변명 내지 해명을 하거나 신세타령 같은 하소연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꾸밈없이 간결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기억나는 죄들을 모두 고백한 후에는 다음과 같은 말로 통회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 이 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도 모두 용서하여 주십시오.
죄를 모두 고백하고 나면, 고해 사제가 여러분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조언을 해주기도 합니다.
이어서 고해 사제는 여러분에게 보속을 줍니다. 고해성사를 보고 나서 보속을 행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사제는 기도를 보속으로 줍니다.
보속(補贖)이란 지은 죄를 적절한 방법으로 보상하거나 대가를 치르는 것을 뜻합니다.
(저 같은 경우 특정한 행위를 사제가 권유한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저의 잘못으로 정신적 손해를 본 사람에게 가서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보속으로 준 적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어서 고해 사제는 '사죄경'을 외웁니다.
+ 인자하신 천주 성부께서
당신 성자의 죽음과 부활로 세상을 당신과 화해시겨 주시고
죄를 사하시기 위하여 성령을 보내 주셨으니
교회의 직무 수행으로 몸소 이 교우에게 용서와 평화를 주소서.
나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이때 고해자는 성호경을 긋습니다.)
이 교우의 죄를 사하나이다.
이 대하여 여러분은 ● 아멘. 하고 응답합니다.
끝으로, 고해 사제의 인사가 이어집니다.
+ 주님께서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평안히 가십시오.
이에 여러분은 ●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고 응답합니다.
5. 고해성사 방식
보통은 고해자와 사제가 서로를 볼 수 없고 다른 신자들과 격리된 고해소에서 비대면으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저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딱 한 번, 대면식으로 고해성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제 본당은 아니었고 다른 성당(이름은 밝히지 않았습니다.)에서 우연한 기회에 고해 사제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고해성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담당 사제께서 근엄하셨던 분으로 기억납니다. 저에게 신앙에 대해서 이런저런 엄격한 말씀을 하셔서 제가 약간 놀란 기억이 나지만, 오히려 소중한 가치를 얻었던 뜻깊었던 고해성사로 제 기억에 남습니다.
6. 고해성사에서 주의해야 할 점
천주교 사제는 고해성사 비밀 유지 의무가 있습니다. 이것은 어기는 사제는 파면 사유입니다.
그리고 고해성사를 받은 신자들도 비밀을 지켜야 합니다.
고해성사를 보는 고해소는 인생상담소나 심리상담소가 아닙니다. 단순히 힐링을 위한 위로를 받는 곳으로 착각하시는 분이 계시더군요. 그건 아니죠.
그리고 고해 사제, 즉 신부님이 죄를 용서해 준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던데 그건 아닙니다.
고해성사는 하느님께서 죄를 용서해 주시는 것이고 고해 사제는 하느님의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죄를 지어도 괜찮아, 까짓 거 나중에 고해성사 보면 다 되잖아."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어리석은 자기 합리화이지요. 그러한 생각 자체도 죄입니다.
7. 고해성사에 도움이 될 팁
저는 개인적으로 고해성사를 드리기 전에 미리 쪽지에 간결하게 메모를 합니다. 더욱 간결하고 조리있게 효과적으로 고해성사를 볼 수 있고, 고해소 밖에서 기다리는 다른 교우가 조금이라도 일찍 고해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습니다.
고해성사를 받고 나서 메모해두었던 쪽지를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8. 판공성사(判功聖事)란?
우리나라에만 있는 신앙 유산 중 하나로 판공성사가 있습니다.
박해 시기부터 사제를 만나기 힘들었던 신자들이 1년에 두 차례는 사제를 만나 고해성사를 보았던 전통을 형성해 왔습니다.
사제는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자세히 살피고 신자들 역시 자신의 신앙을 깊이 성찰하는 전통이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판공성사는 '공로를 판별하는 성사'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는데, 매년 주님 부활 대축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을 준비하면서 받아야 하는 고해성사로 정의됩니다.
여기서, 공고(功勞)라는 단어는 행실에 대하여 마땅히 주는 보상으로서 은총을 입어 선행을 함으로써 얻는 것을 의미합니다.
판공성사 기간은 보통 대림시기와 사순시기이지만, 2015년 주교회의를 통하여 판공성사 기간 후에 고해성사를 받는 신자들도 추후에 성사표를 제출하면 판공성사를 한 것으로 인정합니다.
보통 판공성사는 신자들의 소속 본당에서 받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다른 교구 또는 다른 본당 또는 상설고해소에서 판공성사를 받고 판공성사표를 "본인 소속 본당"에 제출해도 됩니다.
판공성사를 3년 이상 거르면 냉담 교우로 분류됩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신앙생활을 점검하는 척도로서 판공성사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9. 고해성사를 드릴 때 드리는 기도
<고백기도>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
(가슴을 치며) 제 탓이요
(가슴을 치며) 제 탓이요
(가슴을 치며) 저의 큰 탓이옵니다.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와
모든 천사와 성인과 형제들은
저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아멘,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죄를 용서하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소서.
아멘.
<통회기도>
하느님,
제가 죄를 지어
참으로 사랑받으셔야 할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사오니
악을 저지르고 선을 소홀히 한 모든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나이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속죄하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으며
죄지을 기회를 피하기로 굳게 다짐하오니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공로를 보시고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아멘.
"용기를 청하는 기도" (베른하르트 모이저)
자신을 속죄 제물로 바치신 예수님,
저는 주님께서 저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 매달리신 것을 압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죄를 짓고 있습니다.
그런 저의 죄가 너무 무겁게 느껴져
십자가 앞에 가는 것조차 꺼려질 때가 있습니다.
죄의 유혹은 크게 다가오지만,
저는 너무나 약하고 믿음도 굳세지 못합니다.
이런 저의 모습에도 저를 사랑하시고
언제나 용서해 주시는 주님께 청하오니
제가 당신께 실망을 안겨 드렸다고 해서
낙담하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저의 모습 그대로 주님 앞에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당신께서 언제나 제 곁에 함께 하심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주님의 마음에 드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이끄심을 청하는 기도" (니콜라오 데 플뤼에 성인)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당신께 다가가는 것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저에게서 치워 주소서.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당신께로 이끄는 모든 것을
저에게 허락하소서.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저에게서 저를 취하시어
온전히 당신 것으로 삼으소서.
위 사진은 서울 논현동성당 고해소입니다.
故 이남규 루카 선생님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하여 들어오는 빛으로 고해소를 비추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제가 예비신자 시절에 성당 교리학습 시간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고해성사에 대하여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사실 많은 천주교 신자들은 고해성사를 귀찮아하거나 어려워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하지만 고해성사를 어떤 것으로 비유를 하면 좋을까요?
고해성사는 자신의 삶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정신적, 영적으로 '역주행'을 하여 무너지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지요.
고해성사는 가톨릭 신자에게 일종의 "무료 영혼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해성사는 거짓 아닌 진실 안에서 다시 살아가도록 해주는 나침반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지극한 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은혜로운 성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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