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소양로성당의 순교 역사와 성전 건축상 특징
춘천 소양로 본당은 1950년 1월 5일 죽림동본당에서 분가, 설립되었으며 성 파트리치오 성인을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전쟁에서 순교한 고 안토니오 신부를 기념하는 성당입니다.
해방 이후 춘천지역의 교세가 확장되면서 춘천 북쪽 지역에 흩어져 있는 공소를 관할하기 위해 새로운 본당의 설립이 요구되었습니다.
퀸란 주교 (구인란(具仁蘭, Thomas F. Quinlan) 토마스)는 죽림동 성당을 새로 짓기 시작하면서 춘천 시내에 또 하나의 본당을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1949년 가옥이 포함된 땅을 구입하였습니다.
이후 그 가옥을 개조하여 성당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고 안토니오 (Anthony Collier) 신부를 초대 주임으로 임명하였습니다.
고 안토니오 신부는 봉의산 남쪽 기슭에 관사로 쓰던 한옥집을 개조하여 성당과 사제관으로 사용하였는데, 소양로 본당의 관할 구역은 봉의동, 요선동, 낙원동, 소양로 1.2.3가, 근화동 1-2가 일대였으며 관할 공소로는 서면 금산과 신북면 발산이 있었습니다.
소양로성당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고 안토니오 신부를 꼭 언급해야 합니다.
고 안토니오 신부는 한국전쟁 발발 후 전시상황이 점점 나빠지자 6월 27일 퀸란 교구장이 있는 죽림동 주교좌성당으로 이동하던 중에 인민군에게 체포되었습니다.
그는 심문을 받고 공지천변으로 끌려가면서 함께 잡혔던 복사 김경호 가브리엘에게 총격이 있으면 얼른 엎드리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마침내 총격이 시작되자 고 안토니오 신부는 그를 끌어안고 넘어져, 자신은 죽음을 맞으면서도 다른 이를 살리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고 안토니오 신부의 시신은 피란에서 돌아오던 이들에 의해 발견되어 순교 장소(바로 위 사진 참고하세요.) 인근에 안장되었다가, 1951년 10월 10일 춘천 죽림동 성직자 묘역으로 이장하여 장례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고 안토니오 신부님 덕택에 부상을 입었지만 목숨을 건진 김경호 가브리엘은 이후, 고 안토니오 신부님의 순교 사실을 증언하였습니다.
춘천교구에서는 소양로 성당을 '살신성인 기념성당'으로 명명하고, 소양로성당에서 시작되는 순례길인 '평화와 사랑의 순례길'을 조성하였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한국전쟁 전후 순교자들을 중심으로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에 대한 시복을 추진하고 있는데, 고 안토니오 신부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당 설립 당시부터 계획하고 있던 성당 신축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중단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퀸란 주교는 한국 전쟁으로 순교한 사제들을 기념하기 위해 세 곳(소양로, 삼척, 묵호)에 성당을 신축하기로 하였습니다.
세 곳의 성당 중 소양로 성당이 첫 번째로 건축되었는데, 1956년 3월 성당 신축을 위한 착공식을 하고 1956년 9월 3일 낙성식을 하였습니다.
성당 건축을 맡은 제임스 버클리(James Buckley) 신부(소양로성당 3대 주임신부였습니다.)는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반원형 평면 양식을 택했습니다. 밖에서 보면 원을 반으로 잘라놓은 반달형입니다.
내부는 제대를 중심으로 회중석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정신을 구현한 것으로, 전례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모두 전례공간의 중심인 제단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형태입니다.
그 당시 건축한 대부분의 성당이 고딕양식이었는데 반해 소양로성당은 반원형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건축되었습니다.
부채꼴의 구조는 신자들이 제대에 가까이 다가가고 사제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이러한 형태는 유럽에서도 1960년대 이후에 드물게 나타나고,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었습니다.
소양로 성당은 한국 최초로 지어진 근대양식의 성당이라는 건축사적 의미가 반영되어 2005년 4월 15일 국가등록 문화재 제161호로 지정되었으며, 2007년 2월부터 2010년 7월까지 5차에 걸친 보수 정비 사업을 통해 설립 당시와 같은 형태로 복원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2025년 6월 15일 오전 7시에 소양로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드렸습니다.
미사를 드리기 전에 고 안토니오 신부님을 기억하면서 "순교자에게 드리는 기도"(순교자 성월 기도문)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저의 할머니 기일이었습니다.
생전에 저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시던 할머니께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빌며 주일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소양로성당에서 뜻깊은 순례가 되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참고로, 천주교 춘천교구는 춘천에 "평화와 사랑의 순례길"을 조성하였습니다.
"평화의 길"은 소양로성당에서 출발하여 낙원문화공원에 있는 고 안토니오 사제 순교 터를 지나 죽림동 순교성지까지 가는 길입니다. 총 4.1km입니다. 40대 남자인 제 걸음으로 1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사랑의 길"은 성 골롬반 의원 터를 시작하여 춘천교구 옛 교육원을 거쳐서 곰실공소까지 가는 길입니다. 총 5km이라고 합니다.
춘천 소양로성당 기본정보, 미사 시간
(2025년 7월 14일 기준)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모수물길 22번길 26 (우편번호 ; 24249)
사무실 전화번호 ; 033-255-2117
주임신부 ; 신정호 모세 신부님
수녀회 ; 인보성체수도회
주보성인 ; 성 파트리치오 (축일 ; 3월 17일)
설립일 ; 1950년 1월 5일
성당 봉헌일 ; 1956년 9월 3일
춘천 소양로성당 미사 시간
주일 ; 7:00 / 10:30(교중미사) / 19:00
월요일 ; 9:00
화요일 ; 19:00
수요일 ; 10:00
목요일 ; 19:00
금요일 ; 10:00
토요일 ; 18:00(어린이, 학생, 특전미사)
(미사 시간은 본당 사정에 따라 갑자기 변경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대축일 미사 또한 성당마다 매년 달라질 수 있으니 미사를 가기 전에 해당 성당 사무실에 전화 문의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 티스토리 블로그에 있는 성당, 천주교 성지와 관련된 모든 사진들은 저의 소중한 시간을 써서 제가 직접 가서 찍은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각종 인터넷 매체에 제가 찍은 사진을 무단으로 올리는 것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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